덕질의 시작

2021년 여름 코로나와 함께 시작한 전문연 생활도 3개월쯤 지났을 무렵 3번째 영장이 날라왔다

코로나 덕분에 3주 훈련이였지만 한여름이였기 때문에 더위에 힘들진 않을지 장마시기랑 겹치진 않을지 걱정이 있었지만

의외로 열흘간의 격리기간은 사육의 시간이였고 매일 반복되던 야근과 교수의 집착과도 같던 연락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는 훈련마저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22일간의 훈련이 끝나고 사복차림으로 한번도 입지 않은 군복이 담긴 케리어를 끌고 훈련소 내를 가로질러 나갈 때

우리를 보던 자대배치를 위해 더블백을 싸던 훈련병들의 시선이란...

 

7월이 지나가고 다시 연구소로 돌아가니 리젝된 논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훈련소에서의 8시간 수면에 익숙해져버린 몸은 야근을 극도로 거부하고 있었기에

논문 수정을 핑계로 8월 한달을 통째로 농땡이를 피웠던것 같다

 

그렇게 게으른 나날을 보내던 중 커뮤니티에 니시무라 호노카에 대한 글들이 자주 올라왔다

 

아마도 디씨 실베 발 글들을 퍼다나른 것이였을거다

 

몇주동안 똑같은 글이 계속 중복으로 올라와도 중복이라고 비추는 커녕 매번 추천을 받는걸 보고

나도 포인트나 빨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영상들을 짜깁기 해서 올렸었다

 

똑같은 글을 계속 올리기 보다는 새로운 소스를 찾아서 올리자 라는 생각으로

유튜브에서 아직 커뮤에 올라오지 않은 한국어 자막 영상들을 찾아서 잘라서 올리는 식이였는데

그마저도 소비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금방 고갈되어버렸다

 

결국 원 영상에서 괜찮은것들을 골라서 직접 자막을 달기로 마음먹고 시작하려는데

생각해보니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라고는 고등학교 미술시간에 잠시 배운 무비메이커가 전부였기에

 

그걸로 컷편집이랑 자막을 시도.

 

한시간만에 관뒀다

 

프로그램에 기능도 거의 없고 무겁기는 오지게 무거운 주제에 자막도 한번에 여러개를 넣을 수가 없어서

1차 자막 달고 인코딩하고 다시 자막달고 해야하는 노가다

 

유튜브 시청 10년차 여기저기에서 줏어들은 프리미어 프로와 에프터 이펙트를 검색해서 특징 살피고 

프리미어 프로로 선택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은 유튜브로 배우면서 자막을 달기 시작했다

 

중학생때부터 애니와 일드로 귀는 어느정도 트였다고 생각했는데 왠걸 사용하는 단어들

특히 줄임말이나 신조어는 하나도 못알아 들어서 핸드폰으로 파파고 어플을 켜두고 스피커에 갖다대고 

해석하라고 했었는데 스피커에서 나오는 걸 제대로 못알아듣는지 인식률이 낮기에

영상에서의 발음만 듣고 따라 말하는 식으로 인식시켰다

 

물론 그렇게해도 신조어나 줄임말은 파파고에서 제대로 안나오기 때문에 고생 꽤나 했었다

덕분에 강제로 어휘력이 상당히 늘었다